날카로운(?) 덧글

이 '날카로운' 댓글에 덧댓글을 일찍 달지 못했습니다. 일찍 달지 않은 것은 ‘생각없이 그냥 달면 그 쪽이나 이 쪽이나 둘 다 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날카롭게' 느껴지는가? 논리의 날카로움 때문은 아닙니다. 이 댓글을 단 ‘당신’이나 저나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댓)글을 잘못 읽었거나, 누군가 자기 생각을 (댓)글에 논리적으로 늘어놓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저는 이 사건, 즉 2008년 10월 14일 프랑스 대 튀니지전 국가(國歌) 야유사건에서 소위 '민족주의'라는 것이 나타난 것을 이해할 수 있어도, 이것의 '성숙도'를 논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물론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환빠'라 지칭되는 한(韓)민족 지상주의자들의 헛소리, 독도 및 이어도 문제를 갖고 제 잇속을 채우는 정치꾼 혹은 국가체제의 조작된 민족주의는 성숙을 논할 수 없는, '천한 것'입니다. 그러나 튀니지출신 사람들이 '자기가 (어쩔 수 없을 수도 있겠지만) 속한 나라(프랑스)'의 국가에 야유를 하는 것도 성숙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르몽드 사설 번역에도 나와 있지만, 프랑스 정부의 '민족주의적'이라 할 수 있는 대응도 성숙하지 못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나라' 것이든, '다른 나라' 것이든 국가(國歌)에 대한 야유는 심하게 말하면 '그 나라를 부정하는 겁니다.' 이것에 대해 민족주의를 빌어 '성숙하다'고 말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라고 봅니다. 단순하게 보면, ‘우리는 이따위 밖에 안된다. 꼬우면 너네도 우리 국가 나올 때 욕해라...’ 뭐 이 정도죠. 반면, 상대편 국가(國歌)에 대한 존중은 오히려 상대방을 추켜세워줌으로써 자신을 드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이렇게도 한번 생각해 봅시다. 엄청나게 많은(수만 명 정도?) 필리핀 이주 노동자가 자신의 의지로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이것은 튀니지 출신 사람들이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것에 가미된 역사적 맥락, 원인과는 다르다고 봅시다. 프랑스가 죄다 수탈해간 데다, 지리적 근접성상 별다른 선택권이 없던 마그레브지역과 달리, 필리핀 노동자들은 일본이나 미국 등 선택권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적이 있어도, 필리핀 출신이라는 이유로 경원시당하고, 이 땅에서 낳은 아이들(따갈로그어를 전혀 모르는 아이들)은 피부색이 다르다고 왕따당하고, 취직도 안되고... 그러다가, 필리핀의 국기라 할 수 있는 농구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렸습니다. 국가 대항전이라 국가 연주가 이뤄지는데... 대한민국 대 필리핀 경기에 몰려온 이들 필리핀 출신 이민자, 그리고 그 아이들이 애국가 연주에 야유를 퍼붓거나, 경기장에서 등을 돌리거나... 한다면, 당신은 이 행동을 성숙하다고 하시겠습니까? 당신이 단 댓글의 '완성도'로 보아, 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당신도 '성숙하지 못한' 민족주의를 행동으로 옮길 것 같군요. '필리핀 까무잡잡한 새끼들 죄다 쫓아내버려라!' '정부는 뭐하고 있나! 앞으로 필리핀 새끼들은 애국가 연주하는데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해라!' '필리핀만 그런게 아니고, 하여간에 누렇고 가무잡잡한 놈들 나라하고 하는 모든 경기는 우리나라에서 하지 말자.' 뭐 이런 것 말이죠. 분명히 이 사람들, 우리나라 사람이고, 세금 내고, 다수는 국방의 의무도 행했을 텐데도 말이죠. 참 '성숙'을 논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성숙한 민족주의'가 있기는 한건지 의문입니다. 저는 '민족(주의)'란 조작된, 만들어진 개념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민족'이라는 개념은 이제 사라지고 있다고 봅니다. '지구인' 혹은 스타워즈의 개념을 빌면 '코렐리안'이란 개념이 도래할 것 같은데요.

네. 물론 이명박 뽑은 사람들도 자기 손목 자르고 싶다고들 말하죠. 그건 뭐 자르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닙니다. 죽은 아이 고추만지기일 뿐이에요. 냉정하게 애를 새로 낳을 생각을 해야죠. 문제는 애비(국민)나 애미(야당)이나 정신 못차리고 있다는 것. 마찬가지로 '튀니지 출신 프랑스 사람들'이 이민서류에 서명한 제 손목 자르고 싶다고는 말하는 것은 뭐, 그러라고 하십시오. 조상들이 못나서 내가 지금 이 고생한다고, 피눈물을 흘리는 것도... 안타깝긴 하지만 어쩔 수는 없는 겁니다. 그런데, 싫든 좋든 자기가 속한 나라의 국가를 야유하는 것은, 현 한국 대통령처럼 잠깐 '푸른 기와집'이란 여관에 머물다 떠날 사람을, 그 세력을 야유하는 게 아닙니다. 그건 내가 살고 있는 이 체제가, 나라가 싫다는 겁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싫다는 겁니다. 이렇게 국가 정체성이나 국가 통합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사람은 자기 좋은 나라를 찾아 '떠나거나', 발 딛고 있는 곳을 스스로 더 낫게 만들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나라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비애국자'라는 낙인만 찍어주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이 '소수자'인 사람들은 체제를 구성하는 '다수자'들에게 가차없이 탄압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프랑스야 자기네가 예전에 식민시절에 한 게 있으니, '국가 통합'을 위해 여러가지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국가 모독은 나름 할 만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실제로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칼침을 놓은 꼴입니다. 다시 한번 씁니다. 참 ‘성숙’한 일입니다?

결국 이 짧은 댓글이 '날카롭게' 느껴지는 것은 '익명'이나 다름없는 '비겁한' 덧글인데다, '무례한' 댓글이기 때문이죠. 생각이 부족하니 좀 무딜 법도 한데, ‘단어사용’과 ‘예의’라는 연마제가 아주 괜찮아서 그런지 꽤나 날카롭더군요. 즉시 열을 내게 할 정도로 말이죠. 대문에 적어 놓았고, 또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냥 뿌리 댓글을 지워버리면 그만인데, 좀 생각해볼만하긴 해서 남겨놨습니다. 그러다가 괜히 열내서 따로 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댓글은 무슨 배설물 싸지르듯 다는 게 아닙니다. 더구나 상대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어서 단 댓글이라면, 논리를 갖추어 좀 차분하게 타이르듯, 설득하듯 짧게 쓰던가, 아니면 블로그든, 이메일 주소든, 자기가 쓴 글이든 링크하여 '당당하게' 자신의 사고 체계를 내보일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자신을 밝히지 않는 이런 '익명 댓글'들은 그냥 쌩까고 삭제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맨 처음에 시작된 '동문서답'급, 혹은 '논지파악 실패' 댓글은 좀 아까울 수도 있겠는데, '남의 집에 번지수 잘못 찾아 들어온데다, 잘못 찾아오셨다고 얘기해도, 말투를 문제삼아 시비를 걸며 깽판을 치는 무뢰한'의 댓글은, 뭐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포스트 따로 쓰면서 너무 많은 관심을 쏟아드렸군요. 아까워라...

이 문제시된 댓글은 10월 20일 월요일에 삭제하겠습니다. 뭐 화면 캡쳐도 된데다, 이글루스 서버에 아이피 기록 남았을테니 뭐 상관없겠죠. 그리고 이 댓글 다신 분께 충고드리는데,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말을 할 때는 좀 차분하게, 가려가면서 쓸 줄 아셔야 합니다. 나아가 이 건에 대해서 좀 더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싶으시다면, 진지하게, 설득력있게 글을 하나 써서, 자기 게시판 혹은 블로그에 쓴 뒤에, 이 자기 글을 링크한 댓글을 달아(혹은 트랙백을 기록하여) '당당하게'나서심이 좋습니다. 이도저도 아니고, 소위 '찌질한 초딩'같은 댓글을 또 다시겠다면... 저도 다른 분들 다 하시는 대처를 하겠습니다.

아. 댓글은 더 달지 마세요. 깨끗하게 지워드리겠습니다. 당신 블로그나 게시판 하나 만들어서 거기에서 얘기합시다. 그런데 일부러 가서 댓글을 달아줄 것이라 기대까지는 하지 마십시오. 보아주는 것만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하세요. 다른 사람 블로그 들어가 주고 카운터 올려주는 것도 대단한 관심입니다. 그리고 ‘당신’이란 단어가 보기 싫으십니까? ‘당신(vous)’는 프랑스어 2인칭 복수로 상대에 대한 경칭입니다. ‘님’ 혹은 ‘자(者)’란 단어는 쓰기 싫어서 안 썼을 뿐입니다. :-P

(그다지 좋은 글은 아닌데, 이것도 올라갔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by 테라포밍 | 2008/10/18 10:50 | 답안지에는 못 쓸 이야기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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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겨리 at 2008/10/18 11:10
'자(者)' 라고 그러시길래 '놈'이라고 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
Commented by 테라포밍 at 2008/10/18 11:12
어. 그 얘긴데요. :-)
Commented by 겨리 at 2008/10/18 15:35
네 그래서 '놈'을 기대했는데 '자'로 쓰셔서...봐주셨구나..하는 생각에[...]
Commented at 2008/10/18 22:2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테라포밍 at 2008/10/18 22:34
굳이 '강아지'를 '강아지'라고 명시적으로 말할 필요는 없죠. :-)
Commented at 2008/10/18 22:4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테라포밍 at 2008/10/19 14:45
뭐 이 정도 댓글은 그냥 공개로 하셔도 무방하겠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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