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작품 앞에 서면 저는 으레 이런 순으로 감상을 합니다. 1) 전체의 요소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2) 작가는 무엇을 보고, 느끼고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원(元, 原) 이미지-소재를 떠올려봅니다. 3) 제목을 보고 그에 담긴 의미와 내 생각이 부합하는지 생각해봅니다. 4) 이렇게 생각했던 것을 짤막한 글로 떠올려봅니다. 감상문이랄까, 아니면 경탄조의 시(詩)라든가... 가끔은 이렇게 떠오른 것들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그림 옆에 붙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장욱진 화백의 주요 소재는 가족-대개 부모와 딸 하나가 주(主), 풀밭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는 어린이, 새-특히 까치, 그리고 나무와 일월(日月), 유유히 흘러가는 강(江)이었습니다. ‘주요 소재’라 말할 수 있다는 건, 상당수의 그림이 바로 이 소재들로만 그려졌다는 건데... 게다가 상당수 작품의 구도가 ‘알아보기 쉬울 정도’로 반복된다는 점에서... 전시회 현장에서 생각했던 것은 ‘매너리즘이 아닌가’ 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눈에 확 들어왔던 건, 초기 작품들의 촌부(村婦), 촌동(村童)의 표정이 살아있는 얼굴(단순화되고, ‘막’그린 것 같으면서도 오롯한!), [자화상](1951), 그리고 말년작인 [닭을 쫓는 소년](마르크 샤갈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과 최후의 [달과 노인](인생의 Coda) 정도였습니다. 반복되지 않았다 할지, 작가가 ‘의도’를 강하게 담아 그렸기 때문인지...
하지만 좀 더 생각을 해 보니, 그 작품의 붓질, 매직질, 먹질 하나하나가 ‘중심을 잃고 허투른 게’ 없었어요. ‘되는대로, 가는대로’ 긋고 놀렸다는 생각이 안들었습니다. 특히 ‘아이(兒)’들을 그린 획 하나하나에 생동감이 깃들어 있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생각해보았습니다. “새로운 것은 ‘진정한 나’가 성장하는데 자양분일 뿐. 오랜 세월 끊임없이 반복함으로 ‘나 자신’을 다듬어, 본질을 꿰뚫는 마음을 단련하고, 비로소 언행에 한 치도 어긋남과 흐트러짐이 없는 일가(一家)를 이룬다.” 이는 보수(保守)에서 배울 바입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까웠던 것은, 장욱진 화백의 눈과 마음이라면, [서예(書藝)]의 일가(一家)를 이룰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겁니다. 이는 먹그림뿐만 아니라 다른 유색채 그림들에서 나타나는 본질 관념, 획의 생명력, 그리고 대상에 대한 사랑에서 느꼈던 겁니다. 이를 확인할 작품이 출구에 조그맣게 자리하던 [용(龍)]자(字)였는데 이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하지만, 그래도 다른 작품들에서 그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장난스러운 생각이지만, 많은 작품에서 기와집과 초가집의 이분(二分)구도가 두드러지는데, 작가의 빈궁한 삶에서 비롯된 빈부(貧富) 개념을 일관되게 제시하는 건 아닌가? 흰 칠한 기와벽 뒤에서 난(蘭, 그것도 고급스러운 화분)을 손질하는 사람의 모습은 비난조(非難調)일까? 아니면 작가의 바람일까? 여유있는 촌로(村老)의 퉁방울스러운 눈은 누구를 닮은 것 같구나... 하는 ‘불손하고도 불순한’ 생각도 조금 들었습니다.
* 개인적으론 이번 전시회나, 미술관 소장품 전시의 큐레이팅이 매우 불만스러웠습니다. 시대순으로 나열을 했는데, 그건 그저 ‘안전빵’이죠. 아무리 작품이 많아도 좀 솎아내는 건 어땠을까요? 전시회에 ‘포인트(에지?)’를 주지 못했다고 봐요. 그리고 유화-매직화-먹그림을 구분했는데... 과연 이는 ‘상상력의 빈곤’때문인 건지? ‘고흐’처럼 음영과 에너지의 흐름을 담아낸 작품들을 색채와 무색채로 대조시켜보는 ‘대담한 시도’는 해볼 수 없었을지? ‘틀에 박힌 전시’를 봤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관내 소장품 전시에도 ‘개성’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것 있습니다’ 하고 그냥 늘어놨다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장욱진 화백의 그림에 어울리는, 비교 가능한 작품은 전시층 중앙 로비에 있던 ‘군무(群舞)’, 그리고 임옥상의 ‘독도 토해내기(판화)’정도랄까... ‘물방울 작품’과 [화훼연습], [돌소리]. [Umber & Marine] 등 다른 작품은 그다지... 메인 (Main)전시를 위한 전체적 조화가 없이 그냥 되는대로 내놨다 싶었어요. 물론 중앙 로비의 조형물들도 마찬가지고...
미술관이 지어준 회사처럼 운영되는 건 아닌지, 아니면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분야 전문가들이 관료화된 것인지... 좀 대담한 사람이 전시를 계획했으면 합니다.
(그림출처 : 동아일보 홈페이지 http://news.donga.com/3/all/20091229/25094436/1 )
(고 장욱진 화백 기념 홈페이지 http://www.ucchinchang.org/ http://www.changucchin-museum.com/main.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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