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07.SEP.2009)

1. 상처가 생기면 빨리 딱지가 생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군요.

혈소판이 굳어서 딱지를 만들고, 그 아래에서 체액이 유지되며 조직의 형성을 돕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 딱지가 떨어져 나갈 때 흉터가 남습니다. 게다가 이 딱지가 피부 조직과 붙어있기 때문에, 환부가 타격을 받거나 갓 앉은 딱지가 찢어지면 새 살과 떨어지면서... 엄청난 고통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요새는 딱지가 앉지 않게 상처를 덮는 밴드가 나왔습니다. 환부를 덮어서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밀폐) 딱지가 안 생기게 하며, 체액(혈장)과 새 조직을 보호합니다. 신체 조직이 아닌데다 특수재질이라 체액이 엉기지도 않아서 떼어낼 때 아프지도 않고요. 다만 아주 비싼데다(명함크기의 세 장이 7천원), 체액이 많이 나와서 밴드영역 밖으로 비어져 나오면 하루도 못쓰고 떼어내야 합니다(원래는 2~3일 사용가).

그래서 요새 거즈를 댔다 뗐다 하고 있는데, 매번 전쟁을 치릅니다. 거즈 조직에 달라붙은 상처와 체액을 뜯어낼 때, 과산화수소를 뿌릴 때, 고정 밴드를 뜯어내며 다리털이 뽑혀나갈 때 오는 고통이... 거사를 치르고 나면 몸이 지쳐서 좀 누웠다 일어나야 할 정도에요. 다리털이야 이제 환부 주위를 좀 면도해서 나아질 법 하지만, 앞의 두 가지 고통은 앞으로도 계속 치러야 하게 생겼습니다.

2. 2006년부터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해서, 도로주행을 좀 자주하다보니 자동차 위험에 무감해졌습니다. 사실 자전거가 비교적 안전영역(도로주행시 인도 옆 차선의 반 우측영역-안전지대-갓길)을 고수하고, 도로 규칙을 지켜 안전운행하고, 양보해주시는 운전자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면, ‘불의의 상황’이 닥치지 않는 한 도로주행도 할 만합니다. 또, 오토바이와 달리, 자전거에 대해서 자동차 운전자들이 느끼는 위험의식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다들 많이 조심하시는 편이죠. 하지만 문제는 ‘자전거 타는 사람의 만용’과 ‘불의의 상황’입니다. 길 막힌다고 중앙차선까지 들어와 사이사이 빠져나가는 것이나, 대형차량(화물차, 버스)의 사각지대에 들어간다거나, 내리막에서 ‘쏜다던가’ 하면 위험을 자초하는 거죠. 헌데, 이런 ‘만용’은 예방이라도 가능하지만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영역은... 그저 안전장구(헬멧 필수)를 잘 갖추고 다니는 수밖에 없습니다.

* 서울에서는 신림동 자취방에서 나와 보라매공원 방면으로 와서 1) 공원을 가로질러 대방역으로 가서 한강을 가거나(도로주행), 2) 보라매공원 후문에서 시작하여 안양천 합수부까지 이어지는 2호선 고가 밑 자전거도로를 타곤 했습니다. 그러고 행주대교를 건너 한강 북단으로 간 다음에 잠실철교를 타고 남하하여 다시 신림동으로 들어가곤 했죠. 제 속도계상으론 100km가 넘게 나오는데, 수치입력을 잘못한 것 같고, 약 80km는 나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거리가 굉장히 멀어보여도, 실상 타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초보자도 쉬엄쉬엄 타기 좋은 거리입니다.

3. 사람은 가도, 나라, 제도, 그리고 조직은 남습니다. 정권이 무능해도, 정부는 무능해선 안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High Politics에 약하다고 해도, 보좌관과 비서관이 대통령의 심기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해도, 외교통상부는 수십 년을 내다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나가야 합니다. 중국 견제책으로서 인도와의 협력강화는 매우 좋은 카드입니다. ‘경제’라는 당의정 속에 ‘정치(군사-외교)’를 숨길 수 있다면 표면적인 긴장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 일변도’로 나아가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혹은 역량)은 좋은 ‘가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롤드 니콜슨 경이 우려했던 바처럼 ‘본국의 훈령에 좌우되고 마는’ 현대적 외교관들밖에 없다면, 이런 호기(好氣)도 그냥 넘겨야겠죠. 그저 인도 대사님이나, 인도 대사관 직원들, 그리고 인도를 담당하는 아시아 담당 외교관들이 장기적 안목과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있길 기대할 뿐입니다. 물론 제가 입부하지 않는 이상, 자세한 사정을 알 수는 없겠죠. 언론에는 중국 자극을 우려하여 ‘절대’나오지 않을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4. G20 회의를 내년 11월에 개최하게 되어 정권과 정부가 자화자찬중입니다만... 그리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그 때쯤이면 경제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되어 국가간 협력의 필요가 ‘줄어들기’때문입니다. 따라서 내년 한국 G20회의 때는 아마 각국이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을 출구전략을 서로 견제하려는 격론이 벌어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외교상 얼굴을 붉힐 수는 없겠지만 성과는 말의 향연뿐, 아주 실망스러운 게 되고 말 겁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열릴 G20회의는 APEC정상회담처럼 ‘정상 박람회’가 됩니다.

이걸 극복하려면, G20의 협력기조를 이어나가도록 하는 이니셔티브, 한국의 ‘선도적 제안’이 필요합니다. ‘Stand still(동결)’, ‘녹색 성장’같은 기존 이니셔티브(자화자찬의 대상)를 넘어서는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균형’이라는 명분하에 제2의 플라자 합의를 강요당한 중국의 울분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경제성장을 이뤄야 정치안정을 이룰 수 있을 미국의 급박함을 어떻게 해소해줄 수 있을지, ‘이란-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의 문제를 어떻게 G20차원에서 도울 수 있을지 등등...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이제 ‘한반도를 벗어나’ ‘세계적 차원’에서 생각하고, 그에 따른 이니셔티브를 제안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상상력뿐만 아니라, 뜻을 함께하는 세력을 키워야 합니다. 기존 G8 일변도의 자세를 지양하고, 한국을 제외한 G11에 적극적인 공세를 펼쳐야 합니다. 우리의 뜻을 세워 이 나라들을 설득하기엔 내년 11월까지의 1년 남짓한 시간은 ‘짧습니다.’ 일단 현지와 국내 외교인력들이 총동원되어 G20에서의 한국의 위상을 높여야 합니다. G14이었으면 진즉 제외됐을 한국이니만큼, 이 작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일단 G11(G20-G8-한국)에서 좌장급으로 활동할 수 있는 나라들을 먼저 공략하는 것도 좋습니다. 브라질(남미), 남아공(아프리카) 같은 곳에 중량급 외교관을 공관장으로 파견하거나 특사를 보내어 선진 8개국을 제외한 나라들 간에 연합전선을 조성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 G20에 북한 대표를 옵저버로 초대하는 걸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만... 청와대든, 평양이든 이 카드를 받을 가능성이 있을지요? 청와대가 ‘건곤일척’을 걸어볼만 한 일이긴 합니다.

by 테라포밍 | 2009/10/07 14:30 | 일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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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오냥 at 2009/10/07 15:46
1. 무릎을 몇 번 깨먹고 보니 실마진을 집에 갖춰놓고 싶어지더라구요.
메디폼을 사용하는 것 보다는 정형외과에서 치료받는 편이 경과가 좋더라구요.
Commented by 미고자라드 at 2009/10/07 22:43
과산화수소, 빨간약 말고도 따갑지 않은 소독약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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