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 01일
LeMonde-090901-일본 원년
<요약>
8월 30일에 일본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 결과, 민주당이 압승하여 반세기 넘는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권력독점이 끝났다. 이는 일본인들이 자민당의 “일본공장”모델을 거부하고, 새로운 사회운영원리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자민당 통치 하에서 심각할 정도로 악화된 민생을 개선하는 걸 최우선시하며, 내수와 복지로 성장을 이루려 한다. 유럽 북구 국가들의 “민주적 자본주의”노선을 걸으려는 민주당은 자국 사정에 맞는 경제 성장 정책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분석 및 전망>
-. 민주당의 승리가 일회성으로 끝나고 말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1) 국정경험이 부족하며, 2) 민생 우선책에 투입할 재정이 없다시피 하여, 결국 포퓰리즘으로 판명날 수도 있고, 3) 이 근본적인 변혁에 반기를 드는 세력, 특히 ‘공무원 사회’를 휘어잡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데, 이를 과연 해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란 것이다.
-. 만약 일본 민주당이 위에 든 세 가지 과제를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자민당이 다시 권력을 잡을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1) 지방공동화로 말미암아 자민당의 표밭이 붕괴됐고, 2) 참신하고 새로운 얼굴이 자민당에 보이지 않으며, 3) 기껏 차기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내놓을 얘기가 “구관이 명관”밖에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나름의 비전이 없다. 국민들의 마음을 달뜨게 할 이상이 없다. 이런 당의 운명은 자명하다. 이런 패배와 무기력 상태가 자민당에 지속된다면, 탈당과 분당 사태가 곧 닥칠 것이고(빠른 시간 안에), 결국 당이 붕괴할 것이다.
-. 자민당 당선자 다수가 ‘민주당’에 입당 가능 여부를 타진할 것이며, 이를 받아들인다면 중의원 2/3인 320석 달성은 굳이 연립정권을 결성하지 않아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공명당이 자민당과의 파트너십을 청산하고, 민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 민주당 자체의 정책 스펙트럼이 아주 넓기 때문이다.
-. 차피 참의원도 민주당이 장악한 마당에 굳이 중의원 2/3를 확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민주당이 현재 군소세력과 연립정권을 만들려는 것은 자민당의 분당-소멸, 공명당의 협력제안에 박차를 가할 결과를 낳을 것이다.
-. 자민당이 이런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려면, 1) 지지세력을 철저하게 규합해야 한다. 정치자금원들(거대기업, 특히 건설계열)을 놓치지 말아야 하며, 변화를 거부하고 민주당을 우호적으로 보지 않을 (자민당이 지금의 위치에 올려줬을) 고위공무원 세력을 규합해야 한다. 2) 후쿠다-아소-아베로 이어지는 무기력-무능의 자민당 정치인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 새로운 얼굴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당 중진들은 음지에서 지지세력을 규합하되, 단 한사람도 전면에 나서서는 안된다. 제 1순위로 잡아야 할 것은 현 오사카부 지사 “하시모토 토오루”다. 3) 기존 표밭(지방)을 지키는 것은 물론, 도시의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당의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 시골에 남은 노인들이나 지지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론 자민당에 살 길은 없다. 일본 젊은이들의 사회인식 수준이 한국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다면, ‘국개를 이용’하는 한나라당의 전략을 차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아, [게공선] 판매양상을 보면,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 4) 물론 공무원사회의 복지부동을 최대한 조장하여 민주당의 정책에 재를 뿌리고, 끊임없이 유권자들에게 ‘이런 야단법석보단 그래도 옛날이 좋았다’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국민을 달뜨게 할(나쁘게 말하면 선동할) 새로운 얼굴이 등장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 민주당이 이 자민당의 몸부림을 짓밟고자 한다면, 1) 하토야마 유키오 총재는 일본 국민들에게 ‘더 힘든 시절이 올 수도 있다’고, ‘당장 모든 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끝까지 믿고 지켜봐달라고 국민들의 이해를 끊임없이 구해야 한다. 2) 자민당의 자금원을 민주당편으로 끌어와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민감한 상인들이니만큼 이 설득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3) 공무원 사회의 저항은 “오자와 이치로”가 나서서 부숴야 한다. 현재 일본 민주당 정치인들 중에 정-재-관계에 그만한 ‘일본적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만약, ‘죽여야 할 때 살려주는 게 장수(長壽)의 비결’이라는 일본 무인(武人)의 처세론을 적용하겠다면, (그리하여 ‘건전한’ 대항세력을 남겨놓아, 자당(自黨)이 계속 변화하게 하겠다면), 민주당은 1) 자민당의 탈당세력과 공명당의 연합 제안을 거부하고, 2) 자민당의 자금줄은 끊지 않고 내버려 둘 수 있다. 단, 일본 공무원 사회의 저항을 분쇄하는 것은 피해선 안될 일이다.
-. 국제정치적으로 일본 민주당의 집권은... 너무 좋아할 일이 아니다. 실세가 누구인가? 하토야마 유키오가 민주당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긴 하지만, 엄연히 오자와 이치로가 수렴첨정을 하고 있음을 잊지 말자. 게다가 민주당의 대외정책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이런 상황에선 ‘국가위신과 이권이 걸린’ 외교 문제(안보문제, 영토문제)에서 민주당내에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혼란을 온전히 잠재우고 일관성을 유지한다면 일본 외교는 미래지향적인 성과를 낳을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일본 외교는 무능과 무위로 일관하거나, (하토야마 유키오에 대한 반발로 총리가 바뀌면서, 그리하여 내각이 총사퇴하고 도로 자민당이 되면서)퇴보할 수도 있다. 민생안정이 우선이라 내정을 우선시하면서 민감한 외교문제는 뒤로 미룰 수도 있겠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니... 현명하게 대처할 것임을 기대한다.
일본 원년
일본인들은 변화를 택했다. 8월 30일에 열린 입법의원선거에서 민주당(중도좌파)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보수 세력인 자유민주당(자민당, LDP)과 이 당 내의 다양한 파벌들 간의 “나무 칼 싸움(주: 어린이들이 벌이는 골목대장놀이에 비할만한 것으로, 과거에 상관치 않는 변화무쌍한 이합집산을 일컬음)”이 반세기 넘도록 정권을 독점해왔기 때문이다. 이 성공은 일본열도에서 일어난 심대한 변화로 해석될 것이다.
이번 선거의 참패로 심각한 혼란에 빠진 자민당에서 분당한 세력이라는 점과 더불어, 민주당원들의 국정경험 부족은 안정에 익숙한 이 나라에서 어느 정도 정치적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내수에서 이끌어낸 성장(더 이상은 투자나 수출로 이뤄내지는 않을 것)과 사회적 보호를 우선시하는 만큼, 민주당원들은 1960년대이래 수십년동안 지배적이었던 “일본 공장” 모델을 밀어내버리고 있다.
8월 30일의 선거는 자민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국정계획에 대한 심판이라기보다. 자민당의 정치행태와 경제적, 사회적 논리를 거부한 것이다. 민주당원들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역전시키고 싶어 한다. 국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걸 자기 정부의 근본적인 목표로 삼으면서 말이다. 반대세력은 이 “로빈후드”스타일의 정책이 일본열도의 산업경쟁력을 후퇴시킬 것이고, 공공재정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 주장한다.
1990년대 초, “투기 거품”의 붕괴 이후, 일본 사회는 불안정해졌다. 즉 상대적인 기회의 평등주의, 임금격차의 감소, 완전고용에 가까운 고용상태, 그리고 성장의 열매를 재분배하여 삶의 수준을 개선하는 것이 불평등의 증대, 고용 불안정성, 거의 파산 상태에 빠진 은퇴체계, 그리고 국민 다수의 상대적 빈곤화에 자리를 내주었다. 사회적 병폐에서 비롯한 현상들도 그러한데, 이것이 이번 선거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민주당원들은 담대한 계획을 내놓는다. 사회적 보호를 우선시하면서,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국가들이 채택한 “민주적 자본주의”의 노선을 걷길 지향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자국의 사회문화적 유산을 고려하면서, 일본식 성장 방식을 정의해야한다. 대안적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게 할 것 말이다. “신이 약속한 나라(State of Providence)”, 다시 말해 1960~80년대의 경제성장에서 비롯한 성장모델을 개조하는 것 말이다. 일본인들이 택한 과거와의 결별은 긍정적인 카타르시스 효과를 낳는다. 민주당원들은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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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9/01 12:25 | 프랑스어 연습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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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공약보니, 포퓰리즘 소리 절로 나올만한게 있더군요;;
- 자민당의 벤치마킹 대상은 모당이겠죠~ 일본 민주당에게 믿을만한 우군 미디어가 없다는건 한국 민주당과 마찬가지이고, 일본 미디어사정은 한국보다 더 막장급이니 공략은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호남같은 지역문제, 이념문제가 없다는건 더 큰 차이겠죠~
-.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는 한나라당이 '수치를 모르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유치한 정치인'들이 MB의 낙점을 받아 전면에 나서있기 때문이라 봅니다. 일본 자민당과 달리 한국 한나라당에는 그래도 젊고 기대할만한 인사들이 있습니다. 저는 민본계열 인사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홍정욱 의원, 고승덕 의원은...)
-. 포퓰리즘 소리를 들어도, 하면 좋겠다 생각해서 마니페스토에 넣은 것 같은데, 그렇다면 하는 게 좋겠죠. 다만 잘 아실듯, 재원 마련 문제, 정책 지속 가능성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포퓰리즘 공약은 어떤 선거에서든, 어떤 정파에서든 반드시 나오게 되리라 봅니다. 특히 정당들이 고만고만할수록 무리를 하는 과정에서 그런 허황해보이는 공약들이 많이 나오겠죠.
-. 위의 글에서 지적을 안했는데, 아사히야 민주당을 지지하겠지만... 요미우리나 쥬니치를 잡아야 할텐데 말이죠. 특히 방송-광고 카르텔이 자민당과 단단한 유착을 해왔는데... 지역문제, 이념문제들은 '만들면 만들어지고, 반복해서 말하면 사실로 받아들여지죠.' 문제는 자민당에 이런 '거대사업'을 할 의지가 있느냐는 것인데, 그런 '더러운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는(뛰어들 수 있을지는) 좀 두고 볼 일입니다. 과연 일본 국민들이 이런 '공작'에 현혹되지 않을것인지... 향후 수년간 일본의 정치 동태를 흥미롭게 지켜봅시다.
-. 다만, 참의원이 일종의 명예직이나 다름 없어, 굳이 의원들이 당적을 바꿀 필요가 크지 않다면 민주당의 과반 확보는 힘들 것이고, 자연히 중의원 2/3를 노리게 될 수 있습니다.
-. 이런 와중에 민주당이 자민당 분당-탈당 세력을 노리지 않는 것은 당 정체성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명당을 노리자니, 오랫동안 자민당 파트너였던 점 때문에 어렵겠군요. 사실, 창가학회(쇼가 가카이, SGI)를 움직이면 아주 쉽게 끌어올 수 있지만... 그래서 군소정당에 연정을 제안할 수 밖에 없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1) 시간이 갈 수록 자민-공명 연합세력 내에 있어봐야 이익이 없을 것이고, 2) 시간이 갈 수록 자신의 가치를 어필하기는 어려워지므로(중의원 2/3에 간당간당한 지금이 의원 1인의 가치가 가장 큽니다),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민주당 쪽에 붙으려는 의원들이 나올 것이라 봅니다. 자민당 출신보다는 공명당 출신이 좋다고 보는데, 전술한 바, 이는 창가학회의 허락이 떨어져야 할테니... 대신 군소세력에 연정을 제안하면서 그 의원 수의 가치때문에 많은 것을 약속했을 민주당으로서는... 공명당, 군소정당의 탈당의원들을 적극 받아 2/3를 달성하여 구속을 벗어나려 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