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Monde-090722-그로즈니에서 일어난 범죄

<요약>

체첸 전쟁에서 러시아와 그 꼭두각시 체첸인들이 벌인 범죄를 조사하고, 그 책임을 물은 ‘나탈리아 에스테미로바’가 살해당했다. 에스테미로바는 체첸 공화국 수도, 그로즈니의 자기 집 근처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당했고, 근처 자치공화국에서 총상투성이가 된 채 발견됐다. 2006년에 동지인 언론인 ‘안나 폴리트콥스카야’가 죽었을 때처럼, 이 살인의 배후로 러시아의 괴뢰, ‘람잔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가 지목된다. 이 죽음, 그리고 러시아 정부의 반응으로 보아, 우리는 ‘불관용적 민족주의’에서 이뤄진 러시아 정치혁명의 성격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카디로프가 러시아의 비호 하에 전횡을 일삼고 있음을 비판한다.

<분석 및 전망>

-. 체첸지역은 카스피해 지역에 연해있는, 자원의 길목이자 자원의 보고다. 그러니 러시아가 이곳을 독립시킬 리가 없다. 하지만 러시아 연방에 소속된 공화국, 혹은 지역들 중에서 가장 독립운동이 격렬하게 벌어진 곳이 체첸이라, 이 충돌은 엄청난 희생을 낳았다. 그러나 몇 년 전 인질 진압사건(극장에서 인질을 잡고 있는 반군에 ‘가스’를 살포하고 스페츠나츠가 진입하여 전원 사살한 사건)에서 볼 수 있듯, 러시아의 ‘무자비한’진압으로 독립운동이 진압당했다. 현재 러시아가 지지하는 ‘람잔 카자로프’대통령이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다른 나라 ‘정부’는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골치 아픈 ‘내정간섭’인데다, 상대가 주변의 말에는 아랑곳 않는 ‘푸틴의 러시아’였기 때문이다.

-. 유가 하락으로 러시아가 곤란을 겪자 러시아 민족주의가 한 풀 꺾였다. ‘히틀러 유겐트’의 후신이라 할 ‘나시’는 어떻게 됐나? 아직도 ‘가즈프롬’입사에 다들 목매고 있나? 푸틴이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으로 ‘러시아 민족주의’를 만들긴 했지만, 그 유인이었던 ‘생활력의 보장’, ‘대외위신강화’가 유가하락으로 어려워진 마당에... 아직도 푸틴의 러시아 민족주의를 광신하는 러시아인들이 있을까? 그러나 이미 의사-민주주의 체제인 러시아에서 반대 목소리들은 ‘숙청’당한지 오래다. ‘경제위기에 대해 푸틴에 책임을 묻는 러시아의 분위기’에 대한 뉴스들은 서방이 찾아낸 것, 혹은 만들어낸 것이라 봐야 할 것 같다.

-. 권력을 쥔 자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푸간지’와 권력을 내놓은 자가 만들지도 않았던 ‘노간지’에는 큰 차이가 있다. 현 정부의 ‘서민행보’는 쭉쩡이라고 잘도 비판하는 사람들이, ‘푸간지’에 열광했던 것은... 그만큼 러시아 정부의 대내외 홍보-공보 전략-전술이 한국보다 우월하기 때문인 것인가? 사실 그 ‘푸간지’사진들에 서부 유럽 사람들은 두려움에 전율할 것이고, 미국은 불쾌해한다. 한국에선 왜 이러나. 무슨 ‘강력한 지도자의 재래’를 바라는, 일종의 ‘박통 신봉론자’들이라 그런 것인가? 아무리 사회가 혼란하고 살기 어려우면 ‘강한 지도자’가 나와줬으면 하고들 바라지만, 그런 국민수준에선 기껏 ‘히틀러’나 ‘박통’정도 인물밖에 안 나온다. ‘케말 아타튀르크’나 ‘바츨라프 하벨’정도면 정말 운이 좋은 것이다.

-. 러시아는 한국을 체첸처럼, 즉 자기네 뒷마당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변변한 자원도 없는데다(경제적), 부동항 문제도 심각하지 않고(군사적), 뭣보다도 한반도는 중국, 미국(+일본)과 직접 경합을 벌여야 하는(정치적)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런 러시아의 입장은 19세기 제정 러시아의 ‘기다리는 정책’과 유사하다. 당시, 제정 러시아에는 극동지역의 상업적 이해가 적어서 조선에 진출할 이유가 없었다(경제적). 게다가 주둔 군사력도 부족하며(군사적), 동아시아에 진출하려면 영국과 경쟁을 벌여야 했다(정치적). 당시 러시아의 관심과 군사적 자원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영국과 대립하는데, 그리고 중국과의 국경문제로 이리지방(현재의 신장-우르무치 지역, 중국의 서북부)에 몰려있었다. 그래서 러시아는 극동에서 되도록 일을 벌이려 들지 않았고, 극동에 진출할 여건이 갖춰질 때 까지(시베리아 철도 부설 등) ‘기다리는,’ 즉 현상유지 정책을 썼다.

그런데 1885년, 영국이 러시아를 견제하겠다는 전략 하에, 거문도를 점령했을 때는 러시아에 조선 진출의 군사적 필요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독일(비스마르크)의 협력을 얻지 못하여 영국의 거문도 점령에 직접적으로 대처하지는 못했지만, 이 상태(러시아-영국 대립, 영국의 거문도 점령)가 계속되면 러시아가 이에 맞서기 위해 영흥만을 비롯하여 조선 동북부의 항구를 점령하는 걸 막을 수 없으리란 게 (당시 극동아시아에 파견된 유럽 사절단들 사이에)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영국이 거문도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영국-러시아 대립이 해결되어, 러시아가 조선에 군사적 이유로 점령(진출)하지는 않았다. 다만 3국간섭(1895)으로 중국에 진출하고, 이후 러-일 전쟁(1904)로 물러났다. 그리고 결국 1917년, 1차대전 와중에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 제정 러시아의 대 조선 정책은 끝나게 된다.

이런 군사적 필요의 발생을 현대에 적용해본다면, 주변 강국들 중 하나가 한반도를 장악하여(혹은 협력을 얻어), 위협을 가할 수 있게 됐을 때, 러시아가 개입할 수 있음을 생각해볼 수 있다. 군사적, 정치적 의미가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극동지방의 개발로 말미암아 상업적 이익이 발생한지 오래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북한이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상황이 끝나고, 통일이 됐을 때, 미국(+일본)이 한반도 영향력을 독점하여 MD체제를 설치한다면, 러시아가 한반도에 관심을 가질 필요, 그리고 개입할 필요가 생기게 된다. ‘러시아 민족주의’하에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강하게 행동하는 러시아가 그 때 어떻게 나올 것인가? 곤란한 상황을 피하고자 한다면, 통일 한국, 혹은 한반도를 한 세력이 독점하여 타 세력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와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사람들, 그리고 주변 강국들이 협력해서 이뤄내야 할 일이며, 무엇보다도, 한반도 사람들이 자주적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작업이다. 그렇지 않으면 외세가 자신의 운명을 좌우하는 꼴을 보아야 할 것이다.

-. 현재 유럽연합의회 프레스룸 이름은 ‘안나 폴리트콥스카야’이다. 이 이름에 얽힌 얘기는 시사IN에서 다룬 바 있다. (신호철 기자, 시사IN 75호,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26 )

-. 이따위로 구는 러시아는 정말 대하고 싶지 않은 상대다. 하지만, 피할 수 없고, 위협적인 상대다. 그리고 오히려, 그 비민주성으로 취약한 상대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외교통상부는  대미-대일-대중 외교라인이 어느 정도 정착된 만큼, 대 러시아 외교라인도 그들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강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아시아다’라는 생각을 갖고 대 러시아 외교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로즈니에서 일어난 범죄

7월 15일에 체첸공화국의 수도인 그로즈니에서 ‘나탈리아 에스테미로바’가 자기 집 근처에서 괴한들에 납치당했다. 몇시간 후, 그녀의 시체가 러시아 연방의 코카서스 지방 공화국들중 하나인 앵고치(Ingouchie)에서 총상투성이가 된 채 발견됐다. 나탈리아 에스테미로바는 저 유명한 소련 반체제 인사인 ‘안드레이 사하로프’가 만든 인권 옹호단체, “메모리얼”의 가장 용감하고 상징적인 인물들 중 하나였다.

나탈리아 에스테미로바는 1999년에 ‘블라디미르 푸틴’이 체첸에서 전쟁을 일으킨 이래 벌어진 권력남용행위들을 조사해왔다. 수만명의 사망자와 실종자, 그리고 수십만명의 피난민을 낳은 이 분쟁에 격분했던 에스테미로바는 눈을 돌리지 않고, 진실을 기하려 노력했으며, 증언과 부인할 수 없는 증거들을 모은 소수 인사 중 하나였다.

에스테미로바는 러시아 연방군과, 러시아 정부가 보충군을 이용한 체첸 민병대가 저지른 범죄에 천착했다. 살해되던 날, 에스테미로바가 기여했었던 보고서가 러시아에서 공개됐는데, 현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을 포함한 러시아 최고 지도자들이 북부 코카서스에서 자행된 범죄들에 대답해야 하리라 결론을 내렸다.

이 여성들의 죽음은 정치적 암살이 증가하는 러시아에서 불관용적인 민족주의에 기반을 두고 일어난 정치적 혁명에 더욱 많은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지도자들, 그리고 러시아 정보당국이 코카서스 지방에서 계속되는 폭력의 소용돌이에 연루된 정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2006년에 친구인 언론인 ‘안나 폴리트콥스카야’가 죽었을 때 처럼, 나탈리아 에스테미로바의 죽음 이후, 그 배후로 러시아 정부가 앉힌 체첸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가 지목된다. 러시아는 이 지역을 엄격히 감독하고 있다. 고문과 약식처형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카디로프는 몇 번이고 나탈리아 에스테미로바를 협박하고 모욕했다. 그러나 이 범죄들은 그가 러시아 정부로부터 향유하는 ‘면책권‘을 가리지 않는다. 러시아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애매하게 굴었다. 그는 화가났다고 한다. 그리고 “책임져야 할 자들을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죽음에 카디로프나 러시아 관리가 연루되어있을 수 있다는 것은 “조잡하고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 카디로프는 항상 (러시아에서 준) 백지수표를 들고 있는 것이다.

by 테라포밍 | 2009/07/22 13:17 | 프랑스어 연습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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