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Monde-090716-유럽연합을 애매하게 만드는 사회당

<요약>

이번 유럽연합의회의 의장은 옛 동구권 출신으론 처음으로 폴란드 출신 ‘제르지 뷔젝’이 맡게 됐다. 그는 유럽민중당(우파)과 유럽사회주의당(좌파)간에 ‘의장직 분점’합의로 선출됐다. 2년 반 뒤에는 독일 사회민주당(좌파)의 ‘마르틴 슐츠’가 뒤를 잇게 된다. 누구도 절대다수를 얻을 수 없는 유럽연합은 이렇게 좌파와 우파간의 협력으로 전진한다. 그런데 이번에 프랑스 사회당 의원들은 이 합의를 거부했으며, 대부분이 기권했다. 이에 대해 사회당 의원들은 ‘후보들의 자질도 부족했고, 주요 직책들 다수를 경제 규제에 적대적인 자유주의자들에게 주었기 때문’이란다. 대의에 따르지도 않고, 동지들을 결집하는 데에도 소홀한 프랑스 사회당은 유럽연합의 미래를 애매하게 만들고 있으며, 유럽회의주의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분석 및 전망>

-. 갖은 변명에도 불구하고, (사설만 보자면) 이번 프랑스 사회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들의 기권은 이해할 수도 없고, 불합리하다고 본다. ‘자유주의적 인사들에 위원장직들을 다수 주었기 때문’이란 건 치졸한 사후적 변명인 것 같고... 옛 동지(폴란드 솔리다리테 운동가)가 우파 대표로 의장직을 맡는 게-즉, 그런 변화가 싫었던 것인가? 그리고 2년 반 뒤에 자국 사람이 아니라 독일의 사민주의자가 의장직을 맡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지니 ‘김샜다’는 걸 표현한 것인가? 그럼 수라도 불려놓질 그랬나. 지난 회기에 비해서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놓고 도대체 무얼 바랐단 말인가.

-. 선거철이 되어야만, 우파에 대항해야 한다며 좌파들의 힘을 모으려들고, 선거 끝나고 나면 ‘제 갈길 알아서 가라’는 사회당의 행태를 르몽드가 비난하고 있다. 이런 행태는 왜 생긴 것인가? 좌-우의 이념적 대립에서 비롯한 우월지위 지속향유인가? 그리고 이런 행태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기득권 정당에 반발하는 정치세력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런 구도에 식상해하고 실망한 유권자들에게 대안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인가?(프랑스의 MoDem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이런 프랑스 사례에 비추어 한국의 정당 행태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 폴란드는 유럽회의적 분위기가 강한 국가다. 역사적으로 하도 많이 당한 나머지, 유럽연합에서 큰 지분을 가진 독일에 구속되는 것을 꺼리고(인구비례투표의 비율문제), 러시아의 영향력이 자국에 미치는 걸 막으려 한다(미국 MD기지유치). 리스본 조약 체결 당시 폴란드가 보여준 ‘땡깡’, 그리고 가톨릭 신부들이 조장(!)하는 ‘배외주의적 기조’가 이런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폴란드 출신 유럽연합 의장이 선출된 것은 폴란드 국민들에게 유럽친화적, 유럽통합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좋은 계기가 된다. 이것은 유럽연합의 발전에 걸림돌을 깎아내는 것이 될 수 있다. (차기에는 또 다른 회의국가 아일랜드의 의원이 의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국제정치학적으로 이런 정치적 결정-타협은 1)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국제제도(EU)가 국가(폴란드)와 그 국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심화된 제도주의적 양상[제도주의/신제도주의]’을 보인다. 다만 이를 정부가 벌이는 ‘양면게임’으로 지칭하기엔 좀 부적절한 것 같다. 무어라 불러야 할까? 이격(떨어진)수준간의 상호작용으로 보아야 할까? 2) 이번 폴란드 출신 유럽의회 의장의 선출과 그의 활동은 향후 폴란드의 ‘대외정책결정과정[외교정책결정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친화적 요소가 생긴 폴란드 국민-이익집단들의 정치적 의지 표현은 예전과 다를 것이다. 이는 향후 폴란드 정부의 행동변화를 기대하도록 만든다.

-. 이렇게 유럽의회는 유럽연합의 발전을 위해 합의하고 협력하는데 비하여, 당파적 이해를 앞세운 듯한 프랑스 사회당의 행태는 매우 실망스럽다. 당내의 고루한 기득권층이 유연한 판단과 대의적 행동을 못하게 하는 것인가? 이렇게 나가다간, 결국 올리비에 브장스노에게 좌파 주도권을 빼앗길 것 같다. 한국에서 민주노동당보다 진보신당이 더욱 어필하는 것처럼.



유럽연합을 애매하게 만드는 사회당

유럽연합의 역사상 처음으로 구 동구권에서 온 정치인이 유럽의회 의장직을 맡게 됐다. 폴란드 사람인 ‘제르지 뷔젝(Jerzy Buzek)’이다. 온건 자유주의자이며, 옛 ‘솔리다리테’운동의 책임자였고, 인권문제에 매우 열심인 뷔젝은 7월 14일 화요일에 555표를 얻어 당선됐다. 상대인 통합유럽좌파(GUE)의 후보, ‘에바-브리트 스벤손’은 89표를 얻었다. 정치적이라기보다는 전문적인 직위(유럽의회 의장)에 대한 일종의 상징적인 선출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의 영향은 스트라스부르(유럽연합의회 소재지)에서 광범위한 콘센서스(합의, 공감)를 이끌어낼 법 하다. 프랑스의 사회주의계열 유럽의회 의원들은 이번 6월 7일 패퇴로 31개 선거구에서 예전의 31명에 비해 14명밖에 당선시키지 못해서, 2004년보다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는데, (이번에) 기이한 모습을 전면에 보였다. 이 의원들은 유럽민중당(PPE)의 보수주의자들과 유럽사회주당(PSE)간에 (정치)기술적으로 체결된 합의를 승인하길 거부했다. 이 합의는 의장직의 분할을 계획한 것으로, 2년 반은 우파가, 2년 반은 좌파가 맡는 것이었다. 2012년에 독일 사회민주당(SPD)의 ‘마르틴 슐츠’가 의장으로 선출될 터였다.

어떤 집단도 단독으로 과반수를 얻지 못하는 유럽의회에선, 이 기술적인 협력체계가 전진을 가능케 한다. ‘호세 마누엘 바로소’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재임명하는 것에 대한 것 같은 불화들을 부인하는 걸 제외하고 말이다. (유럽사회주의당은 이를 거부했다) 중요한 것은 프랑스 사회당 의원들이 통합유럽좌파 후보에 투표한 두 명을 제외하고 기권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사회당소속 의원단의 의장인 ‘까트린느 트라우트만’은 확실하게 말했다. “전적인 논리성과 일관성하에서, 그리고 후보들의 자질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옛 솔리다리테 인물을 지지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 몇몇 프랑스 의원들, 그러니까 ‘뱅상 페이용’같은 의원들은 유럽의회 위원회들의 위원장직들을 “경제위기의 와중에서 모든 경제적 규제에 적대적인 자유주의자들”에게 다수 나눠준 걸 비난한다.

다시 한 번, 프랑스 사회당은 애매한 모습을 보여준다. 옛 동지였던 좌파정당 지도자 ‘장-뤽 메랑혼’에 실시된 도덕성 검증에 뻣뻣하게 굳어버렸던 것처럼 말이다. 2005년에, 사회당은 유럽헌법계획에 대해 분열됐고, 사회민주주의적인 지지세력으로부터 멀어졌다. 6월 7일의 선거에서, 사회당은 일선으로 돌아와, 모든 사회민주주의자들을 하나로 묶는 ‘선언(마니페스트, Manifeste)’에 기반을 두고 (소극적으로) 유세를 벌였다. 투표 후엔 또다시 뿔뿔이 해산시켰다. 프랑스 사회당은 스트라스부르(유럽의회)에 그 양면성을 가져가는 것인가? 정부정당의 측면, 혹은 대립적 반대를 신봉하는 측면 말이다. 유럽차원에서 애매모호하게 보이길 그만하라. 유럽의 불명확성에서 유럽 회의주의로 가는 것은 딱 한걸음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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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라포밍 | 2009/07/16 13:54 | 프랑스어 연습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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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history at 2009/07/17 01:43
제르지 뷔젝→예르지 부제크입니다.
Commented by ghistory at 2009/07/17 01:43
호세 마누엘 바로소→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입니다.
Commented by ghistory at 2009/07/17 01:55
옛 동지: 솔리다르노시치가 반드시 좌파 조직은 아니었는데 좀 이상한 분석 같습니다.

장-뤽 메랑혼→장-뤽 말랑숑?

솔리다리테→솔리다르노시치입니다.

유럽민중당→유럽인민당이 적절해 보입니다.

31개 선거구에서 14명밖에 당선시키지 못해서: 31석에서 14석으로 감소.

한국에서 민주노동당보다 진보신당이 더욱 어필하는 것처럼: 아직 진보신당 인지도는 40%라서 지지율이 낮습니다.
Commented by 테라포밍 at 2009/07/17 14:13
0. 자주 들러 지적해주시는 점, 정말 감사합니다.
1. 외국어의 한국어표기에 대한 원칙을 제가 잘 몰라서, 일단 르몽드 사설에 나온 철자를 프랑스 발음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u를 '위'로 쓰고, eau를 '오'로 씁니다. 그래서 되도록 옆에 철자를 병기하고 있습니다.
2. 솔리다리테(솔리다르노시치)가 물론 좌파조직(...)이라 하기는 뭐하지만, '압제로부터의 자유'를 부르짖었다는 점에서 지지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동지'라고 썼는데, 말씀하신대로 그 단어로 말미암아 이후 분석이 잘못 해석될 여지를 낳았습니다.
3. 프랑스 사회당 출신 의원의 수 변화에 대한 르몽드 원문은 Les députés socialistes français, plus de deux fois moins nombreux qu'en 2004 depuis leur débâcle du 7 juin (14 élus au lieu de 31), ont mis en avant leur singularité. 입니다. [6월 7일의 패배이래 2004년보다 의석이 두배 이하로 줄은(31개 선거구에서 14명) 사회당 의원들이 기묘한 모습을 전면에 보인다.]라고 해석했는데, au lieu de를 잘못 이해했습니다. au lieu de를 영어의 from으로 봐야 하죠.
4.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얘기는 '지지율'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변화에 대한 적응성과 대응성'의 차원에서 제시한 겁니다. 이를테면 북한문제(종북주의 논란), 교육문제(서울 교육감 선거 패배 원인), 노동문제 말이죠. 프랑스의 상황에선 올리비에 브장스노 같은 급진 세력(더하여 극우파 국민전선도...)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 봅니다. 개인적으론 한국의 진보세력이 현실대응-적응력을 보여준다면, 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의 집권을 가능케 한 new labour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부합하는 정당은 민주노동당 보다는 진보신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차례 언급하지만, 민주당은 영국 자유당 꼴이 나리라 보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ghistory at 2009/07/17 22:43
알겠습니다.
Commented by ghistory at 2009/07/17 23:19
유럽연합의회→정식명칭은 '유럽의회'.
Commented by 오그드루 자하드 at 2009/07/19 04:26
검색하다 덧글을 씁니다. 개인적으로는 민주당이 영국 자유당처럼 되는 것보다는 한나라당이 자민련 수준의 식물 정당이 되고, 민주당은 그리스 신민주주의당처럼 주류 중도보수우파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물론, 진보 정당이 총선에서 20석 이상을 얻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영국 자유민주당처럼 유력한 제3세력이 되는 것이 1차적 목표라고 생각합니다만.
Commented by 테라포밍 at 2009/07/19 11:18
1. '바람직하다'라는 말과 '~이 되리라 본다'는 다르죠. :-) 아시듯, 전자는 가치판단, 후자는 단순전망입니다.
2. 기존 정치 세력이 국민의 욕구를 반영하지 못할 때, 국민의 선택이 극으로 치닫는 경향을 보이므로(나치스라던가, 국민전선이라던가, 급진공산당-올리비에 브장스노), 이 추세를 잘 이용하면 차기 총선에서 진보신당-민주노동당이 크게 약진할 수 있을 법도 합니다. 물론, 한국판 국민전선(FN)의 준동을 막아야 하는것도 중요합니다. 뉴라이트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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