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Monde-090712-얼마나 많은 G여야 하나?

<요약>

UN(국제연합, 이하 UN)의 ‘무력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다자결정체제를 개혁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별로 진전을 이루지 못했던 이 구상은 작년에 일어난 세계 금융-경제위기와 환경파괴문제로 인해 필요성이 재확인됐다. 하지만 이는 UN의 일신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세계 유력 경제국가들간의 G20회의, 아니 그 숫자 이상의 G회의로 나타난다. 이번 이탈리아 아퀼라 G8정상회담은 그 명칭만 G8이었으며, 스물다섯 개 국가의 정상이 모여 양자간, 다자간 문제를 논의했다. 결국 위기가 한 번 닥쳐야 개혁의 필요성이 부각되며, 이는 버락 오바마가 주장했듯, 참여하고픈 국가들이 ‘각자 책임을 질 준비가 돼 있어야’이뤄진다.

<분석과 전망>

-. UN의 실질적 의사결정기구인 안전보장이사회(Security Council)를 좌우하는 것은 다섯 개 상임이사국(Permanent 5 :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이다. 비상임이사국들이 아무리 힘을 모아봐야, 이들이 만장일치를 이루지 않으면 안건이 통과되지 않는다.

-. 즉,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은 전 세계를 좌우하는 힘이다. 그래서 이 상임이사국이 되고자 독일과 일본(경제력, 정치력), 인도(인구), 브라질(남미대표), 남아프리카 공화국(아프리카대표)이 갖은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P5는 이들에게 거부권을 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별 문제가 없다면’, 즉 크래스너(S. Crasner Krasner)가 거론한 것과 유사한 ‘큰 계기’가 없다면 UN은 이렇게 계속 흘러갈 터였다. (단 이 큰 계기는 ‘비이론적’이라 비판받는다. 사전적 개념이 아니라 사후적 개념이고, 객관화가 불가능하다.)

-. 2008년에 일어난 전 세계적 경제위기, 그리고 고질적 환경문제가 ‘계기’로 작용했다. 이 문제들은 P5간의 합의로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합의가 이뤄질 수도 없고(환경문제-중국), 이뤄진다 쳐도 이들의 결정을 다른 이해관계국에 ‘강요’할 수가 없었다. P5가 아닌 나라들, 특히 한국, 일본, 브라질 같은 나라들의 경제적 도움, 즉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비 P5국가들의 성장으로 말미암아 ‘국력’으로 강요나 억지를 하기 굉장히 힘들어진 것이다. 신현실주의의 입장에선 다극체제에 가까워지고 있고, 패권전이론-패권안정론의 입장에선 패권국가와 추격국가들과의 충돌이 가까워지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다원성의 확대로 인해 기존 P5에 집중되었던 권력이 분산될 수 있는 호기(好期)이다. UN은 물론 국제기구가 더욱 효과성과 효율성을 가질 수 있는 계기로 환영할 만 한 것이다.

-. 그런데 상기한 바, P5는 High Politics 차원(정치-군사안보)에서 힘을 공유할 생각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UN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지위와 거부권 문제), 그래서 신세력들은 적은 저항으로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Low Politics 차원(경제, 환경, 문화 등)에 몰려들어 G20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G20의 출범은 그 자체로 P5체제의 시대착오성을 웅변하는 것이며, 향후 확산효과를 통해 P5체제의 확대 혹은 일신으로 이어질 단초가 될 수 있다. 단 이것이 성공하려면 이해세력들의 결집과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기존 P5체제의 유지로 득을 보는 ‘세력’들을 이겨내고, 관심이 적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을 어필해야 하기 때문이다.

-. 한국의 경우, P5의 확대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한국은 전세계적 정치-군사안보 등 High Politics를 이끌어갈 수 있는 ‘객관적 국력’이 경쟁자들에 비해 부족하다. 예를들어, P5확대시 최우선적으로 고려될 국가인 독일과 일본에 비해서 가용자원, 즉 전지구적 투사가 가능한 군사력, 막대한 군비 동원능력이 미약하다. 군사분야 뿐만 아니라, 문제적 사건이나 지역에 끼칠 수 있는 정치적-경제적 영향력도 이 두 국가에 비교할 수 없다. 게다가 P5의 숫자는 극히 적게 늘어날 것이기에 경제력 10~13위권의 수치‘만’으로 이 확대에 참여할 수 있는 ‘요행’을 바랄 수도 없다.

-. 그러니 지금 갖고 있는 경제력‘만’으론, G 시리즈의 확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드높이는 것만을 기대할 법 하다. 그러나, 오바마가 말했듯, ‘책임’을 질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정권이, 아니 이 나라 국민들이 세계차원의-경제 차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질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1인당 설렁탕 한 그릇 값이 아까워서 대북지원을 반대하고, ‘일단 나부터, 우리부터 잘 살고 보자’는 천박한 자들이라... 그렇게 나가다간, 돈은 돈대로 쓰고, 얻은 건 하나 없어 충격 받았던 1990년 1차 걸프전 당시 일본 꼴이 날 수 밖에 없다. 여러 번 말하지만 ‘나 어려울 때 베풀고 돕는 게 가장 값지다.’



얼마나 많은 G여야 하나?

2005년에 UN의 창설 50주년을 기념하면서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다자 결정체제의 재구성이란 거대 역사(役事)를 발의했다. 이 다자 결정체제는 이라크에의 분열로 흔들렸고, 남북의 불평등(남북문제)을 방지하는데 갈수록 더욱 무능했다. 서방세계의 많은 고위관리들이 말했듯, 단 하나의 위기가 구조개혁에 필요한 분발을 이끌어낼 수 있다. UN 그 자체도 ‘브레튼 우즈 체제’의 고정환율제처럼, 2차 세계대전의 폐허 위에 기초를 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UN의 이상적 개혁은 아직 멀지만, 2008년 9월에 갑작스레 일어났던 금융-경제 위기는 지구의 다수 지도자들 간에 이뤄진 참신한 협력으로, 그리고 환영할만한 '지구 가버넌스(Governance)'의 밑그림으로 이어졌다.

자기들이 일으킨 위기에 한 방 먹은 북부국가들(부유한 서방세계와 아시아국가들)은 남반구 세력들과 세계 문제들을 다루는 걸 분담하길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는 자본주의를 택한 주요 경제국 20개의 지도자들이 모인 G20중간의 회의에서 이뤄졌다. 2008년 11월엔 워싱턴에서, 그리고 다음엔 2009년에 런던에서 말이다.

(이탈리아) 아퀼라에서 열렸고, 7월 10일에 끝난 G8-좀 너무 이르게 지탄받은 집단-에서 이는 재현됐다. 이 회합은 기후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갖게 했다. 국제사회는 지구 온난화를 섭씨 2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잡았다.

북부 세력국가들을 모은 G8(미국, 캐나다,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은 그 이름만 G8일 뿐이다. 이 회의는 다양한 형태의 포럼으로 변했다. 여기엔 남부 세력의 G5(남아프리카 공화국, 브라질, 중국, 인도, 멕시코)가 추가됐다. 이 13개국에 이집트가 하나 더 추가되어 G14이 됐다. 총 스물다섯 개 나라가 이번 G8 회담에 아퀼라 가까이에서 혹은 멀리에서 참가했다.

버락 오바마가 말했듯, “G들의 문제”는 거대 세력들이 ‘가장 좋은 토의 포럼’을 연구하느라 궁리중임을 보여준다. “일신되고, 다시 생기를 찾은” UN이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변화의 시대에 있다”고 버락 오바마는 말했다. 국제 체제의 재구성이란 희망이 생기는 것을 보기 위해선 엄청난 금융위기와 환경파괴에 대한 인식이 필요했었다. 그리고 오바마의 당선이 필요했었다. 각자가 자기의 책임을 지는 조건 하, “협력”을 우선시하는 사람 말이다.

by 테라포밍 | 2009/07/12 14:39 | 프랑스어 연습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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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hloe at 2009/07/12 20:48
음 신제도주의의 크래스너는 K로 시작한다고 이제껏 알고 있었는데 글 보다가 검색해보니 C군요 (.............) 오오 (..)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테라포밍 at 2009/07/13 12:26
아. 감사합니다. '패권안정이론'의 스티븐 크래스너는 Krasner가 맞습니다. 수정합니다.
Commented by chloe at 2009/07/14 14:34
헉 -_-;; 제가 뒷걸음치다가 쥐잡은 소가 된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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