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바마 관련 번역할 일은 없겠죠? - 내가 번역을 하는 이유

버락 오바마를 올해 1월부터 계속 지켜봐왔고(블로그질 본점에서는 1월에 지지선언했음), 그간 고시공부한다는 핑계로 주요 연설문을 번역해왔습니다.

민주당 경선에서 승기를 타기 시작하던 사우스캐롤라이나 연설
대통령이나 할 법한(과분한) 역사적 연설이라던 필라델피아 연설
경제회생 방안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는 제인스빌 GM 공장 연설
대선 승리의 7부능선을 넘었던 민주당 경선의 세인트폴 연설(승리선언),  덴버 연설(수락)
세계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확립시켰던 베를린 연설

그 외, 전당대회에서의 미셸 오바마 연설, 힐러리-빌클린턴 연설... 승리에 쐐기를 박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지지 대담...

매 순간 통곡을 하면서 옮겼습니다. 왜 우리나라에선 이런 '정치가'는 나올 수 없는 것인가? 왜 우리나라는 이런 '정치꾼'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 밖에 없었는가? 대통령 후보라고 나서는 자들은 하나같이 왜 그 모양일까? 우리는 언제까지 80년대, 90년대 사람들, (심지어 요새는 70년대까지...)을 놓고 환멸을 느껴야 하는 걸까? 도대체 정치를 한답시고 돌아다니는 '것'들은 그 정도밖에 안됐단 말인가... 참으로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것에 분노와 환멸과 자괴감만 들었습니다. 왜 이따위란 말인가...

이제는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연설문을 번역하지 않겠습니다. 세계 '주류'의 정점에 선 사람이니 굳이 남은 두 연설, 어제 했던 [대선 승리 선언 연설]과, [대통령 취임 연설]까지 번역해야 할 필요는 없겠죠. 이제 제가 아니어도 각종 언론사에서 번역을 업으로 삼으신 분들을 통해 제 번역 보다도 훨씬 우리말다운, 정치된 번역을 접하실 겁니다.

솔직히 좀 화가 났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인들, 그리고 영어를 좀 한다는 사람들, 미국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버락 오바마의 가능성에 주목하지 않았고, 그의 주옥같은 연설문(훌륭하다고 정평이 났음에도)을 우리 말로 번역하지 않았습니다. 좀 바람을 일으킬 것 같으니까 [신동아]에서 전문 번역사가 옮긴 필라델피아 연설문이 실렸습니다. 후보 지명 수락 연설도 '부분 발췌번역'이 '전문 번역'이라는 탈을 쓰고 올랐습니다. 그리고 아주 극소수, 제가 확인한 바로는 우리나라에서 세 분이 우리말로 옮겨서 자기 블로그에 올리셨습니다.

제가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긴 했습니다만... 다른 전공자분들 뭐하신건가요? 학교에선 번역과제로 번역을 해서 공개하는 것을 생각해보지는 않았을까요? 영문중에서 가장 최고수준을 자랑한다는 이 대선 연설문들을 적극적으로 번역한 '집단'은 없었나요? 하다못해 부족한 좌파가 못했다면, 돈과 능력이 있는 우파는 매케인 연설이라도 번역해서 자양분으로 삼았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요? 페일린은요? 내심 보수매체인 신동아가 메케인 연설 번역해줄 줄 알고 손을 안댔는데, 결국 안하더군요... 그리고 영어좀 어느정도 하시는 분들은 뭐하신건가요? 유학갔다오신 분, 나름 깊이 공부하셨을 분들... 귀찮아서 그냥 자기만 읽고 감동하고 마셨습니까? 거기에서도 '영어'좀 하는 사람들이 누리는 정보의 격차가 생기는 건가요... 좀 괜찮은 글들은 자기 블로그에 원문 올리고 하이라이트 해서 '나 좀 영어하네'라고 자기네들끼리만 즐기지 말고, 우리말로 옮겨서 좀 나누시란 말입니다. 그리고 주류매체들은 도대체 뭐한건가요. 끝까지 매케인 될 줄 아셨습니까? 그럼 매케인 연설문이라도 번역해서 좀 알리던가요. 신문지상이 제한됐으면, 주간지도 좋고 월간지도 있고, 인터넷도 있고요... 솔직히 연설문 번역해서 찬찬히 들여다보다 보면, 이번 대선 누가 될지는 뻔했어요.

제가 그간 버락 오바마와 주요 민주당 연설을 번역했던 것은 외무고시 영어공부, 그리고 좀 많은 사람들이 이 강력한 정치인을, 반드시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고 말리란 정치인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프랑스 르몽드 사설을 번역해서 올리는 것은 마찬가지로 외무고시 불어공부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 '뻘짓'을 하고 있는 한국정부, 그리고 그 국민과 거의 비슷한, 그리고 몇년 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르코지 프랑스에 대한 모습을 널리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보면, 우리 외무고시생들이 가장 이기적입니다. 세계적인 존경과 인정을 받을 정론지가 없는 상황에서, 독일의 슈피겔이나, 프랑스의 리베라시옹이나, 미국의 뉴욕타임즈나, 영국의 타임즈나... 이런 매체들의 사설을 번역해서 올리는 것 그것 만으로도 자기 공부도 되고, 잘못된 언론의 정보에 속아 넘어가고 있을 네티즌들을 일깨울 수 있는데... 덕(德)을 쌓을 생각, 무엇이 국익에 국민의 이익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고민은 없이, 그저 무조건 일단 자기만 붙고 보려듭니다. 반이정 선생님이 몇 달전에 한겨레 신문에 쓰신 글도 있지만, 저도 고시생인 마당에 말하기 뭐하지만, 정말 이런 사람들이 고시에 붙어서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 지 정말 의심스럽습니다. 특히 행시나 사시보다도, 그 시험영역-외국어-이 미쳐돌아가기 시작한 08년도 한국에 정말 절실했는데... 제가 널리 찾아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저 말고는 다른 아무도 이런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런 일을 안한 것 같습니다. 자랑이라고요? 참 슬픈 자랑입니다. 차라리 욕을 해 주십시오. 그리고 욕을 하신 당신이 좀 나서주십시오.

지난번 블로그인 플리마켓(플레인)에서 이글루스의 '자그니'님을 뵙고 푸념을 했습니다. 왜 이런 미쳐돌아가는 한국에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그리고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정론지'들을 공급해줄 사람은 없는 걸까. 참으로 외국어를 한다는 사람들은 이기적이다. 나같은 외무고시생들이 가장 이기적이라고 봐야 한다. 적극적으로 자기 생각 쓰는 것만 잘 하는게 아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정론의 권위를 엿볼 수 있는 '번역'도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한 일인데, '아무도 안한다.' 지금 이 르몽드 사설 번역을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거 덕택에 불한번역은 어느정도 됐는데, 한불번역이 문제이기도 하고... 번역운동이라도 해야하는 것인가? 해외 블로거든, 아니면 언어전공자들간에, 외무고시생들간에 조직을 하나 만들어서 '번역보시'에라도 나서야 하는 것인가... 게다가 이거 하면 자기 언어실력 향상에도 좋은데... 바른 우리말 구사가 얼마나 힘든지 절감하게 되는데....

영자신문을 보시든, 일어든, 중국어든, 불어든, 독일어든, 스페인어든 무슨 언어의 언론매체를 접하시든간에 훌륭한 글, 한국 사회에 시사점을 줄 수 있는 가치있는 글을 보시면, 적극적으로 번역해서 널리 알려주십시오. 고정적으로 의무감을 갖고 하시는 것 까지는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능력이 있는 분들은 좀 봉사를 해 주십시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시간소모도 큽니다. (저는 르몽드 사설 번역하고 타이핑하는데 30분~40분 듭니다. PC방 나와서 업로드까지 합니다.) 하지만 '정론'이 약해지고, 사라져가는 사회에서, 그 능력에 한계가 있는 사회에서 '번역'만으로도, 그리고 그걸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큰 일을 하시는 것임을 알아주십시오.

어제는 비주류고, 당장 눈에 보이는 수요가 없었지만, 이제 주류의 최정점에 서고, 누구나 구하지 못해 안달이 난 버락 오바마의 연설문 한글번역을 끝냅니다. 나아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면서 누구나 읽지못해 안달이 났을 폴 크루그먼 교수의 칼럼,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 L. 프리드먼의 칼럼도 번역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한영, 한불 번역 연습 부담이 부쩍 늘기도 했고... 부담이 비교적 적은 IHT사설이나 '아주 필요한 것만 가끔' 옮겨볼까 합니다.

by 테라포밍 | 2008/11/06 00:08 | 일상 | 트랙백 | 덧글(19)

트랙백 주소 : http://enterre.egloos.com/tb/105957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미리내 at 2008/11/06 00:20
고생하셨습니다. 틈틈이 시간 내서 다는 아니지만 조금씩은 읽어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능력과 시간이 없어서 번역에 동참은 못 하겠네요 ^^; 앞으로도 좋은 글 번역해주세요!!! (이건 간곡한 부탁입니다 ㅎㅎ)
Commented by 테라포밍 at 2008/11/06 00:32
르몽드 사설은 계속 갑니다만, IHT번역은 없을 것 같군요.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8/11/06 00:22
기쁜 소식과 아쉬운 소식이 동시에 들려오는 군요...;ㅁ; 저 같으면 번역에 3시간이 걸려서 옮기지도 못하지만....;;;
Commented by 테라포밍 at 2008/11/06 00:32
뭘요... 연설문 번역이 그 정도(3시간) 걸려요.
Commented by 로메슈제 at 2008/11/06 00:24
번역보시, 그동안 몇몇 글밖에 읽지 못했지만 한글로 읽을 수 있다는 것에 참 감사했어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이 요즘 나오더군요.
예전에 좀 나오다 갑자기 소식 두절이었는데 반가웠어요.
정기구독할까 고민중입니다~
Commented by 테라포밍 at 2008/11/06 00:33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도 있고, 포린폴리시도 있던 것 같은데... 정기구독하시는 것 좋아요. :-)
Commented by 높새바람 at 2008/11/06 13:24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구독해서 보고 있습니다. 긴 말 필요없이 좋습니다. :)
Commented by draco21 at 2008/11/06 00:43
자주는 아니었습니다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8/11/06 00:53
막장스러운것은 국내 정치인의 연설 전문도 지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겁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Commented by 로리 at 2008/11/06 00:59
자주는 아니었지만, 이 곳에서 많은 글을 읽었고, 시야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하울과소피 at 2008/11/06 04:16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들을, 또한 반성해야할 것들을 콕 콕 집어주신것 같네요. 제일 먼저 오바마에게 눈이 갔던 건 그가 흑인이어서가 아니라, 우연히 그의 연설문을 듣고였어요. 과정을 중요시하는 미국대선(미국이라는 나라에 그닥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을 보며, 이 나라가 이래서 강대국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더랬지요. 바쁘신 시간 쪼개서 번역해주신거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도도깨비... at 2008/11/06 08:10
님의 번역 늘 잘 보고 있습니다. 그나마 님이 계셨으니 오바마를 제대로 알수 있었던 듯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솔직히 남은 두번의 연설 또한 이곳에서 님의 진중한 문체로 번역된 글을 보고 싶었는데...이젠 어렵겠네요.

힘 내시고...삶에 여유가 묻어나는 테라포밍님..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Commented by Angela at 2008/11/06 11:38
앗 저는 바로 어제 -_-;; "하루에 뉴욕타임즈 사설 하나씩이라도 읽자" 결심하고..
어제는 걍 혼자 눈으로 쓰윽. 읽고서는 하나 읽었다며 좋아라하고 있었거든요 -_-
테라포밍님 글 읽고 지금 반성 중입니다;;;
번역.. 해서 블로그에 올릴 수 있는 능력자가 되면 꼭 시도해볼께요~~ ^^;;

열공하세요~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아스틴 at 2008/11/06 13:03
변역해주신 연설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높새바람 at 2008/11/06 13:28
천민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범주에 아직 대한민국의 정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작용에는 반드시 반작용이 뒤따르고 미국이 그 반작용을 얻는 데 8년의 세월이 흘렀지요. 우리가 건국 이래 계속 곪아 온 '악'작용들을 언제쯤 딛고 일어나 그 반작용을 가시화시킬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작용이 거세면 거셀수록 반작용이 커지고, 또 앞당겨질 것이라는 데에서 일말의 희망을 품어봅니다.
Commented by 림rym at 2008/11/06 16:14
그간 잘 읽었습니다 // 틈틈히 들어와서 테라포밍님의 번역글을 읽어보곤 했는데 중단하신다니 아쉽네요 .. // 그간 댓글 하나 변변치 달지 못한 것에 후회가 막심합니다ㅜ

감사드리고요 , 외무고시 좋은 일 있길 바라겠습니다 ! :D
Commented by 예랑 at 2008/11/06 16:36
그간 수고하셨어요!!
Commented by 루샨 at 2008/12/11 07:46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먼저 오는곳이 테라포밍님의 이글루 입니다.

테라포밍님의 번역을 통하여 알게된

버락오마바 라는 사람.

그리고 '번역'의 중요성.

정말 크게 얻어 갑니다.


늘 잘읽고 있어요 ^^
Commented at 2009/09/26 02:37
비공개 덧글입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