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2월 09일
가상인지 실화인지 알 수 없는...
가상인지 실화인지 알 수 없는, 재미없는 이야기 하나.
1. A국과 B국이 있습니다. A는 한 때 잘 살았던 나라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농업에도 적합한 기후를 갖고 있지만, 부패하고 혼란스러운 정치로 말미암아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국민들의 상당수는 매우 가난하며, 해외에서 일하는 가족-친척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살아갑니다. 그런만큼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이 많고, 나라도 이들이 벌어다 주는 돈에 국민경제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2. B국은 한 때 A국보다 못살았습니다. 하지만 시대와 환경을 잘 탔고, 거기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한 눈 팔지 않고’ 열심히 일한 덕에 지금은 A국보다 아주아주 잘 삽니다. 이런 B국에 와서 일하고 싶어하는, 그리고 일하고 있는 A국 사람이 많습니다. B국에서도 A국 현지에서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새로운 기회를 찾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죠. 이래저래 양국간에 인적 교류는 아주 활발합니다.
3. 그런데 A국에는 이런 [국내법]이 있습니다. “외국인은 A국내에서 일정규모 이하의 상업을 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가난한 자국민을, 자국 국민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회를 찾아 A국으로 온 B국 사람들은 ‘장사’를 해서 돈을 벌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B국 이주자들은 A국의 법망을 피해 소규모 상점들을 열어 A국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4. 어느 나라가 그렇지 않겠습니까마는, A국에도 부패한 국가공무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질적이고, 수가 많은 게 탈이었죠. B국 사람들의 상점은 이자들의 먹잇감이 됐습니다. 정당하게 기소하고 본국으로 추방하는 게 아니라, 뒷돈을 받고 상업활동을 묵인해준 것이죠. 타고난 근면성 덕인지 장사는 아주 잘 됐습니다. 하지만 번창하면 번창할수록 떼이는 돈도 많아졌습니다. B국 사람들은 억울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A국법으로 따지자니, 결국 모든 걸 잃을 편은 애초에 법을 어기고 무리했던 자기들이었거든요.
5. 이런 사정이 B국 본국에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여론이 들끓기 시작합니다. “선량한 재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외교부는 도대체 뭐하는 놈들이냐!” “그딴 못사는 나라 하나 어쩌지 못하는 정부라니 무능하기 짝이 없구나!” 언론들도 덩달아 특파원을 보내서는 정부가 무능하다는 요지의 보도를 연일 내보냈습니다.
6.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게 빠졌습니다. 처음에 빌미를 제공한 것은 불법 장사를 시작한 B국 국민들이라는 사실이죠. 게다가 ‘주권평등’, ‘내정불간섭’이라는 [국제공동체]의 기본원리에 대한 인식이 없던 나머지, ‘A국따위는 우리가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이상한 생각이 B국내에 넓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도 문제였습니다. 과연 B국 정부가 ‘그런 악법을 철폐하고 부패공무원들을 감옥에 보내라’고 공식으로 ‘요구’했다면, A국이 콧방귀나 뀌었을까요? 오히려 ‘내정에 간섭하는 불한당 국가’라고 다른 나라들에 광고를 하고 다니면 다녔지... 정말이지 B국 정부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7. 그러던 어느 날, B국에서 일하려고 비자 발급을 받으려던 A국 사람들에 충격적인 소식이 하나 전해졌습니다. B국 총영사가 ‘본국의 명령은 물론 대사의 지시 없이 단독결정으로’ A국 사람들에 대한 B국 입국 비자 발급 업무를 무기한 중단한다는 공고를 내건 겁니다. 당장 취업기회를 잃을 수도 있던 A국 사람들은 자기네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상황을 해결해달라 하소연을 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본 의원들은 B국 국민들의 ‘불법’ 상행위와, 이를 이용한 부패공무원들의 병폐가 비자발급중단의 원인임을 알게 됐습니다. 국가경제의 상당부분을 해외취업자가 벌어온 돈에 의존하는 A국이니만큼 당장 의원들은 자국 경찰에 ‘강력한 압력’을 넣었고, 사태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에 발급업무는 재개됐습니다.
자, 이 이야기에 대해서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이도저도 못하는 B국의 사정을 타개한 B국 총영사는 과연 제대로 행동한 것일까요? 뒷이야기(8~10)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리플이 달린 다음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 by | 2010/02/09 22:03 | 답안지에는 못 쓸 이야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