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도발에 담긴 의도 - 한국 따돌리기?

0. 오늘(어제) 오전 11시~12시 사이에, 서해상에서 북한 경비정과 한국 해군(이하 아군) 경비정간 무력충돌이 일어났다. 사건 직후 발표된 개략적 보고에 더하여, 내일(11일)이면 해군-합동참모본부-국방부의 합동 조사 결과, 교전 돌입 배경과 상황, 그리고 피해내역이 자세히 드러날 것이다. 일단 아군의 인명 피해는 없으니, 그 무엇보다도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1. 그러나 이번 교전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몇몇 보인다.

 (1) NLL월선에 대한 경고방송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비정이 남진(南進)을 계속했다는 것은, 실수가 아니라 고의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는 북한군의 특성상, 최상층부의 명령으로 이뤄진 일일 것이다.
 (2) 2002년 2차 서해교전 이후, 아군의 도발 대응체계가 훨씬 강화되어, ‘위장 기습’이 먹히기엔 어렵게 됐다. 따라서 어떤 이유로든 월선 도발을 일으킨 북한의 경비정-함선은 무력충돌 발생시 ‘매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운명’이었다. 
 (3) 게다가 NLL을 남하한 북한 경비정은 단 한 척이었다.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이었다면, 아군에 상당한 피해를 입힘과 동시에, 병력의 생환을 위해 여러 척을 보냈을 법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당 교전시 황해도의 육상 지원병력들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고 한국 국방부는 발표했다. 
 (4) 북한 경비정이 반파된 상태에서 북상(혹은 도주)했다는 것은, 1) 교전 중에 뱃머리를 돌릴 수 있었다는 것이고, 2) 아군 경비정에 더 이상의 사격을 하지 않았기에, 아군 지휘관이 발포중지 명령을 내렸을 것임을 뜻한다. 

 전공을 세운 해군 장병들에게 미안하지만, 상기 네 가지를 종합할 때 이번 월선 도발은 ‘극도로 절제된 계획적 도발’이라고 본다. 북한 상층부의 명령은 [NLL을 넘어가 교전을 벌이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생환하라. 지원은 없다]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 추가로, 북한 경비정이 아측에 가한 사격을 멈춘 시점이 언제였는지를 알아보면, 이번 교전의 성격이 더 잘 드러날 것이라 본다. 즉 1) 아군 대응 조준사격이 시작되자 즉시 교전을 중단하고 함로를 틀었는지 2) 인명-함체 피해를 입으면서도 계속 아측에 포 사격을 하다가 돌아갔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다. 교전도중 갑판(실외)에 얼마나 많은 북한 병사가 있었는지(안전을 위해 최소병력만 노출시켰는지 여부), 퇴각기동을 언제 시작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2. 따라서 이 ‘절제된 도발’의 원인(북한 최상층부의 의도)을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먼저 한국을 대상으로 놓고 원인을 생각해보자니, 북한이 이번 도발로 얻을 이익이 무엇일지 짐작이 되질 않는다. 먼저, 군사적으론 해군력의 차이를 드러낸 데다, 북한 해군의 사기저하가 있을 테니 실익이 없다. 다음, 정치적으론 1) 현 한국 정권에 대한 견제라 보기엔 투입한 군사력이 무의미하다. 2) NLL을 부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3) 이번 교전의 규모는 한국 사회의 분열과 혼란을 조장할 수준이 못된다.

병력과 함선 피해를 입을 위험을 무릅쓰고 이번 일을 벌였겠지만, 이번 일로 지원 예정인 (좀스러운) 옥수수 백만 톤일만 톤이 더 늘어날 리도 없을 것이고(오히려 취소될 수도 있을 것이고), 한국 정부가 북한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전환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3. 분석 수준을 좀 넓혀보면 가능성 있는 요인이 하나 보인다. 바로 대 미국 차원이다. 미국은 굳건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대북 대화에 나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보아, 한국 정부는 외교력을 동원하여 오바마 정권이 대북문제에서 한국을 ‘따돌리는’ 일이 없도록 극력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그 결과, 얼마 전 있었던, 북한 고위급 인사의 미국 방문과 교섭이 (북한에) 별 실익 없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미 공조를 이간질하여 ‘통미봉남’을 달성하겠다면, 북-미 협상테이블에서 한국의 존재 가치를 떨어트려야 한다. 북-미 양자간에 충분히 해결책을 얻어낼 수 있는데도, 한국의 존재가 ‘발목을 잡기 때문에’ 협상진전이 어렵다는 어필을 해야 한다. 한국의 대북 요구사항을 미국이 테이블에서 꺼내놓는 것, 심지어 한국의 존재가 거론되는 것조차 아예 들은 척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이 회담이 북-미 ‘양자’대화임을 끊임없이 강조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한국과의 긴장 구도를 조성하여, ‘한국과의 협력이 불가한 구도’로 향후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이다.

곧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표가 북한을 방문할 것 같은데, 이번 교전이 한국 따돌리기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병력과 물적 피해가 심대한 것에 비해 그다지 큰 이익은 아니라 할 수 있지만, 이것 말고는 납득할만한 북한의 의도가 떠오르질 않는다. 지원 병력 하나 없는 경비정 한 척으로 벌인 ‘절제된 도발’에 숨어 있을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 이번 교전에서 승전을 부각시키고 영웅을 만들 매체는 ‘국방일보’하나면 족하다. 그러나 분명 내일(11일)자 몇몇 일간지가 ‘국방일보’보다 더 한 설레발을 칠 것임이 불 보듯 뻔하다. ‘전승(戰勝)’을 부각시키는 매체는 가치 없다고 봐도 좋다. 다각적-심층적으로 이번 도발의 의도를 분석한 매체가 ‘경쟁력’을 키워가는 우량매체라고 보면 될 것이다.

by 테라포밍 | 2009/11/11 00:55 | 답안지에는 못 쓸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

올해 읽은 책들, 그리고 읽을 책들

* 고시서적 및 만화 제외

현재 : [Diplomacy] (H. Kissinger) 

 - 하루 1시간(09:00~10:00) 배정. 10월 내 완독 목표.

신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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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미술사] (곰브리치) : 가장 친절한 서양미술 입문서
-. [만국공법] (김용구) : 동북아 사대질서와 서양 만국공법질서의 충돌기
-. [제국의 몰락] (엠마뉘엘 토드) : 미국의 위신유지 노력은 자멸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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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평평하다] (T. 프리드만) : 살기위한 ‘노동 유연성’ 함양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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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서울대 불문과) : 자크 시라크 재임시까지의 프랑스 이야기(어려움)
-. [과학의 일생] (존 그리빈) : 스티븐 호킹 약력과 그의 이론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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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 (니알 퍼거슨)
-. [외교론]
-. [삶의 나침반] 1,2 (허문명) - 관음선종 숭산 스님 일대기
-. [에도의 패스트푸드]
-. [돈까스의 탄생]

예정 :
-. [국가-주권] (신규)
-. [전략적 사고] (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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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라포밍 | 2009/10/16 23:12 | 독서 | 트랙백 | 덧글(2)

르몽드 사설번역 잠깐 쉽니다.

어제(신용문제), 오늘(정부 문화정책의 실패) 르몽드 사설 번역을... 중간에 그만 뒀습니다. 더이상 자판이 쳐지질 않네요. 마음이 동하질 않아서 그런건지... 슬럼프인건지... 좀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당분간 불어공부는 연합뉴스 프랑스어 서비스 기사를 외우는 방식으로 해야겠군요. 언제 사설번역을 재개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저작권 문제 때문에, '요약'과 '분석 및 전망'을 주로하되, 부가하는 원문번역과 거의 같은 분량을 작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원문 번역'은 '오해'와 '곡해'를 막기 위해서 원하는 사람만 볼 수 있도록 '긴 글'로 작성했죠. 그런데, '분석 및 전망'을 쓰면서 쓰잘데 없이 심란해지는 얘기를 많이 하는 바람에, 세상에 대한 불만과 울분이 더욱 심해지고... 그래서 마음이 지친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리 정권이 싫어도, 나라와 국민을 사랑해야 외무고시생의 '心'과 '氣'가 갖춰지는 법인데... 이 작업을 하면서 더러운 '현실'을 마주하니 마음이 겉돌고, 떠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좀 '끊고' 살아야 마음이 가라앉고, 희망을 되찾게 될런지요.

by 테라포밍 | 2009/10/15 22:12 | 프랑스어 연습 | 트랙백 | 덧글(1)

LeMonde-091013-급박한 기니의 상황

<요약>

국제사회는 기니(Guinée)의 군사정권 독재자 무싸 다디스 꺄마라가 정권을 내놓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무능한 나머지 이 정권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을 뿐이다. 꺄마라는 내년 1월 대통령 선거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길 요량이며, 그의 측근들은 지난 9월 28일에 벌어진 반정권세력 시위가 꺄마라에 대한 ‘부족차별’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이런 선전은 부족 간 대학살로 결착나곤 했다. 꺄마라는 국민을 위해서 물러나야 한다.

La communauté internationale doit faire Moussa Daddis Camara, le chéf de la junte militaire guinéene partir du pouvoir. Mais, il n'y a pas des moyens. Des chéfs afrincains sont si incompétants qu'ils ne lassent le régime que gagner du temps. Camara comte gagner les élections présidentiels de janvier prochain par tous les moyens, et son entourage agiter des arguments ehtocentriques : la démonstration d'opposition du 28 septembre était la discrimation clanique contre Camara. En afrique, de pareiles propagandes se sont soldées par des massacres inter-ethniques. Pour son peuple, Camara doit partir.

<분석 및 요약>

-. 정권을 잡거나 수호하기 위해서 집단감정에 불을 붙이는 건, 여기나 저기나...

-. 오늘자 중앙일보에 보니, 이 기니의 군사정권과 중국정부가 자원개발관련 투자협정을 맺은 모양입니다. 일단 ‘자원’하면 국격(國格)을 따지지 않는 중국이라, 지난번 ‘버마’(hwp워드프로세서는 강제로 이 단어를 ‘미얀마’로 바꾸는군요...)와도 자원-군항 이용 협약을 맺어서 물의를 빚었죠. 또, 호주 구리광산기업 '리오틴토'와 가격협상하다 수틀리니 협상단원을 구속시켜 협박을 하질 않나... 이번에도 욕먹을 각오를 한 모양이군요.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뒤탈이 날 걸 먹어 대서 어쩌겠다는 건지... 이런 자원 획득 행보를 안보상 우려하는 미국 국무차관의 발언에 ‘오히려 중국의 건전한 자원획득을 도와줘야 할 것 아닌가?’라고 주미 중국대사관원이 맞받아쳤다는군요.

뭐 중국의 국익추구에 ‘도의(道義)는 없다’고 보겠습니다. 대 중국 외교인력들, 정신 바짝 차려야겠군요.(프랑스어를 공부하는 저는 활동지로 중동부 유럽과 북아프리카, 남미 방면을 원하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요?) 하지만, 지난번 황 공사님 사망사건 때 보여준 치졸한 모습으로, 중국 인력에 ‘인물’이 없다는 게 훤히 드러났으니... 저도 외무고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만, 부끄럽기 짝이 없고, 앞날이 걱정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 김하중 전 통일부장관-주중대사를 높이 평가하지 않습니다. 주중대사 5년 넘게 하면 뭘 합니까? 아랫사람을 제대로 안 키웠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국제법’상, 버마와 기니에 민주정권이 들어서도, 신정부들은 중국과의 약속을 승계하게 됩니다. 이 약속을 지키고 안 지키고는 신정부 마음이긴 하지만, ICJ(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배상해야할지도 모르고, 막대한 위안화 지원도 걸려있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중국에 자원을 내주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문 번역

by 테라포밍 | 2009/10/14 08:59 | 프랑스어 연습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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